고양시 용역노동자도 생활임금? 결국 '공수표'
고양시 용역노동자도 생활임금? 결국 '공수표'
  • 미디어고양 염기남 기자
  • 승인 2018.02.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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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약속해놓고 예산 확보도 안 해

정부에 보여주기 위한 설익은 노동정책 사례
저임금노동자 우롱한 선심성 정책 지적일 듯 

 

“우리 같은 용역직도 생활임금이 도입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올해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가 책정된 것 같아요. 이것저것 떼면 급여 실수령액이 160만 원 수준인데 생활임금 적용 안 된 것 맞지요?"

일산서구청에서 용역직으로 일하는 A씨는 올해 근로계약을 앞두고 잔뜩 기대를 해 왔다. 2018년부터 고양시가 간접고용직 노동자에게도 생활임금을 주기로 결정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기 때문이다. 

생활임금이란 노동자의 주거, 교육, 문화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고려해 산출한 임금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것이 그 특징이다. 지자체마다 생활임금 수준도 각기 다른데, 일각에서는 정치인 단체장들의 선심성 행정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런데 A씨는 최근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생활임금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 월 급여 예상액을 보니 최저임금 상승분이 반영되어 오르기는 했지만 생활임금으로 제시됐던 200만 원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고용관계 때문에 항의도 불가능했다.  

고양시가 지난해 노사민정협의회를 거쳐 확정된 것처럼 홍보한 생활임금제도 확대정책이 실제로는 현장에 전혀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양시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과제에 부합한다며 설익은 노동정책을 내놓고 파기해버린 셈이어서 비난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31일, 고양시는 노사민정협의회 소식을 보도자료 형태로 언론사에 전하면서 2018년 생활임금을 2017년 대비 19% 상승한 9080원으로 확정했다고 홍보했다. 이는 최저임금 대비 121%수준인 일급 7만2,640원, 월 189만7,720원 수준이다.  

그러면서 고양시는 기존 지자체들이 시 직접고용 기간제근로자 등에게만 한정했던 생활임금을 간접고용 용역직에게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추가로 혜택을 받는 간접고용근로자가 1148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후속작업도 진행됐다. 시의 요청으로 생활임금 조례도 개정됐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기존 '시 소속 근로자와 출자기관 소속근로자'에서, '시로부터 사무를 위탁받거나 공사, 용역을 제공하는 기관 및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로 확대시켰다. A씨 같은 용역노동자도 명백히 생활임금 적용 대상이 된 것. 

고양시가 지난해 8월 31일 언론사에 배포한 생활임금 보도자료. 간접고용근로자 전체에 생활임금이 확대되는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상 예산도 확보 못한 거짓약속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실제로 생활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취재해보니 고양시는 노사민정협의회를 빌려 생활임금이 확대적용이 확정된 것처럼 홍보해 놓고 정작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관부서인 지역경제과에 문의해보니 "내부 검토결과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추경반영 등 추가대책도 전혀 세우지 않고 있었다. 

담당 팀장은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권고 했다"고만 했다. 권고했는데 용역사들이 지키지 않은 모양이라는 얘기다. 간접고용직의 생활임금 적용 데이터가 있는지 물으니 "없다"고 답변하는가 하면, 거듭된 질의에 "(보도자료의)생활임금이 적용된다는 말은 적용되서 준다는 말이 아니다"라는 해괴한 설명도 했다. "권고에 적용도 포함된다"는 말이다.   

반면, 지역경제과 이완범 과장은 문제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연말이면 부서마다 내년예산을 2.5배 신청하는데 생활임금 관련 예산이 이번에 칼질이 됐다. 한꺼번에 (고양시가 생활임금 범위를)넓히려다가 예산부족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역직은 용역사와 고용관계가 성립되서 (생활임금 적용에)문제 소지가 있다. 우리가 민간에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식의 설명도 반복됐다. 그러면서도 "(예산이 확보됐다면)입찰과정에서 생활임금을 임금기준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사실상 방법은 있지만 예산이 없어서 못했다는 설명.

생활임금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고양시가 부담하기 어려운 정도였을까. 고양시가 생활임금 조례를 개정할 당시 의회에 제출한 생활임금 확대에 따른 예산 추산액은 4억 700만 원에 불과하다. 올해 고양시 전체예산 규모는 2조 원을 넘어섰다.  

결국, 고양시는 민간영역에 생활임금을 강제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적극적으로 시행할 의지도 없었으면서 이를 마치 확정된 것처럼 홍보한 셈이다. 시나 구청에서 일하는 공공부분 저임금노동자들을 이용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전형적인 선심성 행정과 설익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예산확보 못했으니 안 하겠다는 식도 문제다. 취재과정에서 고양시 지역경제과는 간접고용직 생활임금 확대적용을 위한 추가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흔한 추경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고양시의 생활임금 확대정책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이 더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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